
스테이블코인의 종류와 작동 원리: 암호화폐 시장의 안정제
요즘 뉴스에서 스테이블코인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솔직히 처음엔 저도 헷갈렸습니다. 비트코인도 암호화폐고 스테이블코인도 암호화폐인데 대체 뭐가 다른 걸까요?
그런데 조금만 파고들면 왜 이게 중요한지 금방 이해가 됩니다. 2024년 한 해만 해도 전 세계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한 금액이 약 27조 600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하더군요. 비자와 마스터카드 결제액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대체 뭐길래?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은 이름 그대로 ‘안정적인 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일반 암호화폐는 하루에도 몇십 퍼센트씩 가격이 오르내리잖아요? 아침에 1천만 원이던 비트코인이 저녁엔 850만 원이 되는 식이죠. 이런 변동성 때문에 실제 결제나 송금에 쓰기엔 너무 불안정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특정 자산(주로 미국 달러)에 가치를 고정시켜서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거죠. 1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은 내일도 1달러, 다음 달에도 1달러를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페깅(Pegging)이라는 마법
스테이블코인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비결은 ‘페깅(Pegging)’이라는 메커니즘에 있습니다. 페깅이란 특정 자산의 가치를 기준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고정시키는 방법인데요.
마치 옛날에 금본위제도가 화폐 가치를 금에 연동시켰던 것처럼, 스테이블코인도 달러나 다른 자산에 가치를 못 박아놓는 겁니다.
스테이블코인의 3가지 종류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고, 작동 방식도 완전히 다릅니다.
1. 법정화폐 담보형: 가장 안전한 선택
법정화폐 담보형은 가장 일반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입니다. 실제 은행 계좌에 달러를 예치하고, 그만큼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거죠. 1:1 교환이 가능하도록 항상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 주자들:
테더(USDT)
- 2014년에 등장한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 현재 시가총액 1위로 800억 달러가 넘습니다
- 가장 많이 쓰이지만 준비금 투명성 논란이 있었던 과거
- 다양한 블록체인(이더리움, 트론, BSC 등)에서 사용 가능
USD코인(USDC)
- 2018년 코인베이스와 써클이 공동 개발
- 시가총액 2위로 약 300억 달러 규모
- 월별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높은 투명성 자랑
- 규제 준수에 적극적이라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
실제로 USDT와 USDC의 차이를 보면, USDT는 시장 점유율이 높지만 과거 준비금 논란이 있었고, USDC는 투명성과 규제 준수 면에서 더 신뢰받는 편입니다.
두 코인 모두 1달러 가치를 목표로 하지만,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투명성과 유동성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2. 암호화폐 담보형: 탈중앙화의 꿈
법정화폐 대신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크잖아요? 그래서 보통 150% 이상의 초과 담보를 요구합니다.
대표적인 예: DAI
- 메이커다오(MakerDAO)가 2016년에 출시
- 이더리움과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사용
- 완전히 탈중앙화되어 운영됨
- 스마트 계약으로 발행과 상환이 자동으로 처리
예를 들어, 100달러 어치의 DAI를 발행하려면 150달러 이상의 이더리움을 담보로 맡겨야 합니다. 담보로 잡힌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청산되는 시스템이죠.
3. 알고리즘형: 야심찬 실험의 실패
담보 자산 없이 알고리즘만으로 가격을 유지하려던 방식입니다. 수요와 공급을 자동으로 조절해서 1달러 가치를 유지한다는 아이디어였죠. 하지만 2022년 테라(UST)와 루나(LUNA) 사태로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루나 사태가 남긴 교훈
루나는 UST라는 스테이블코인과 LUNA라는 담보 코인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UST 가격이 1달러보다 낮아지면 LUNA를 발행해서 UST를 흡수하고, 1달러보다 높아지면 반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이었죠.
문제는 대규모 매도가 시작되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겁니다. UST를 LUNA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LUNA가 무한정 발행됐고, LUNA 가격은 폭락했습니다.
10만 원이던 LUNA가 단 6일 만에 1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약 57조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졌고, 현재는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실제로 어디에 쓰나?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거래소에서의 기축통화
비트코인을 팔았는데 현금으로 바로 출금하기 애매할 때, 일단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놓으면 됩니다. 가격 변동 걱정 없이 다음 투자 기회를 기다릴 수 있죠.
해외송금
은행 송금은 수수료도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보내면 몇 분 안에, 훨씬 저렴한 수수료로 송금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디파이(DeFi) 예치
암호화폐 거래소 지갑에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면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USDC 보유자에게 연 4.7%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발표했죠.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등장?
2025년 들어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활발합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결제원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민간 기업들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할까요? 현재 국내 투자자들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테더가 80% 이상)을 주로 쓰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원화 유출을 의미합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이런 외화 유출을 막고, 국내 금융 시스템의 통제력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원화는 달러보다 변동성이 크고,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어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투자, 안전할까?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닙니다.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디페깅 리스크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때 USDC가 일시적으로 1달러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빠르게 회복했지만, 이런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발행사 리스크
발행사가 실제로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테더가 과거 이런 논란에 휩싸였던 것처럼요.
규제 리스크
각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2025년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통과시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 큰 암호화폐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자 교환 매개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법정화폐 담보형인 USDT와 USDC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DAI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죠.
루나 사태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지만, 동시에 충분한 담보와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워줬습니다. 앞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한국형 스테이블코인도 등장하면서 시장은 더욱 성숙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이 있다면 각 코인의 담보 구조와 투명성을 꼼꼼히 확인하고, 발행사의 신뢰도를 따져보는 게 중요합니다. 아무리 ‘안정적’이라고 해도 위험은 항상 존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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