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다보스포럼 요약 & 핵심발언
목차
- 2026 다보스포럼, 역대 최대 규모로 개막
- ‘대화의 정신’이 무색했던 트럼프의 독무대
- 그린란드 논란으로 요동친 국제 질서
- 유럽의 강력한 반발과 마크롱의 메시지
- AI와 미래 기술, 2026년의 핵심 의제
- 젠슨 황이 말하는 AI의 미래
- 우크라이나 전쟁은 뒷전으로
- 한국 대표단의 행보
- 2026 다보스포럼이 남긴 것
2026 다보스포럼, 역대 최대 규모로 개막
지난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56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이라는 아름다운 주제를 내걸었는데요. 65개국 정상을 포함해 무려 3,0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다보스포럼이 뭐냐고요? 쉽게 말하면 전 세계 권력자들의 총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각국 대통령, 기업 총수, 경제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세계 경제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죠. 마치 세계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미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루비오 국무장관, 베센트 재무장관, 러트닉 상무장관까지 총출동했거든요. 6년 만에 트럼프가 다시 다보스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포럼은 처음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대화의 정신’이 무색했던 트럼프의 독무대
아이러니하게도 ‘대화의 정신’을 주제로 내건 이번 포럼은 실제로는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선언의 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죠.
1월 21일 트럼프의 특별연설은 무려 80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1년간 미국이 이룬 성과”를 과시하는 동시에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서는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마치 다보스가 아니라 미국 선거 유세장에 온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 트럼프는 풍력 발전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그린 뉴 스캠(녹색 사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대신 석유, 가스,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죠. 지난 몇 년간 다보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논의가 한순간에 뒤집힌 셈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다보스포럼의 공식 의제에는 기후 보호와 혁신이 포함됐지만, 이러한 전통적 의제들은 퇴조하고 트럼프의 현실 정치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린란드 논란으로 요동친 국제 질서
이번 포럼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이 차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거든요.
“그린란드는 서반구 최북단에 위치한 우리 영토입니다. 미국 외에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어요.”
트럼프는 그린란드가 전략 요충지이며,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낀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그린란드에는 희토류 같은 중요한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고,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문제였죠. 트럼프는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8개국에 대해 2월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 무기를 꺼내든 거예요.
다만 “무력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는데, 이는 나토(NATO) 리더 국가인 미국이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영토를 침공할 경우 나토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 강력한 반발과 마크롱의 메시지
트럼프의 이런 발언에 유럽 정상들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이 화제가 됐죠.
마크롱은 선글라스를 쓴 채 등장해서 화제를 모았는데요(일명 ‘탑건 선글라스’), 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힘의 논리를 ‘브루탈리제이션(야만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무역협정을 통해 최대한의 양보를 요구하고 노골적으로 유럽을 약화시키려 한다. 끝없이 쌓이는 관세가 이제 영토 주권 압박 수단으로까지 사용되고 있다.”
마크롱은 유럽이 미국 국채 매도나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반강압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다자주의 질서를 지킬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정치든 비즈니스든 합의는 합의다. 친구들이 악수했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가세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를 지켜온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는 이제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중견국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가치 기반의 리얼리즘’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리시 수낙 전 영국 총리의 발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옛 질서는 사라졌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라졌고, 무엇이 그 자리를 대체할지 확신할 수 없다.”
AI와 미래 기술, 2026년의 핵심 의제
트럼프 이슈에 가려지긴 했지만, 인공지능(AI)과 미래 기술도 여전히 중요한 의제였습니다. 다보스 포럼과 함께 진행된 ‘오픈 포럼 다보스 2026’에서는 ‘2050년의 비전: 내일은 지금 시작된다’를 주제로 다양한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주요 의제로는 신우주 경쟁, 양자 현실(Quantum Reality), 2050년의 식량과 의학, 기후 변화 대응 등이 다뤄졌는데요. 특히 AI, 양자기술, 바이오 혁신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구조, 사회적 결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핵심 논점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AI 논의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까지는 “AI 인프라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가 화두였다면, 올해는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고 있는가”로 초점이 옮겨갔습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다보스 행사장 내 ‘AI 하우스’에서는 2026년을 ‘AI ROI(투자 대비 수익)의 해’로 규정하는 구호가 등장했고, 시스코, IBM 같은 주요 기업들도 투자 성과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걸었다고 합니다.
젠슨 황이 말하는 AI의 미래
AI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죠. 바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입니다. 그는 다보스 포럼에서 AI에 대한 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AI는 일자리를 없애지 않습니다. 다시 정의할 뿐이죠.”
젠슨 황은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차세대 인프라로 규정했습니다. 마치 전기나 도로 같은 필수 인프라처럼, AI도 이제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됐다는 거죠.
특히 그는 유럽을 향해 흥미로운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AI 로보틱스는 유럽에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입니다.” 유럽의 강력한 제조 기반과 산업 역량을 AI와 결합하면 미국이 지배해온 소프트웨어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멘스,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같은 유럽 산업 거물들이 최근 1년간 로보틱스 프로젝트와 파트너십을 잇달아 발표했다는 점에서, 젠슨 황의 말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뒷전으로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같은 시급한 글로벌 현안은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포럼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이슈에 묻히고 말았죠.
젤렌스키는 1월 22일 트럼프와 회동한 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는 거였어요.
트럼프는 다보스 기간 중 ‘평화위원회’라는 국제기구를 출범시켰는데, 일론 머스크는 이를 두고 “조각에 불과하다”고 냉소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구체적인 평화 방안이나 합의보다는 형식적인 선언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국 대표단의 행보
한국에서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부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미들파워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 복합 도전에 직면한 국제경제통상 질서의 복원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밝혔죠.
기업에서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4년 연속 참석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AI가 만들어낼 산업 전환,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글로벌 리더들과 폭넓게 논의했다고 합니다.
특히 정 회장은 세계적인 엔터프라이즈 AI 기업 팔란티어의 CEO 알렉스 카프와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했는데요.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로 협력 범위를 넓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은 올해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기고문을 통해 ‘전기 추진 선박 해양 생태계’ 관련 로드맵을 제시하며 포럼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습니다. GS그룹에서는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이 참석했고요.
흥미로운 건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은 불참했다는 점입니다. 연초 경영 일정과 주요 사업 현안 때문이라는 설명인데, 최근 들어 다보스포럼의 실무적 효용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026 다보스포럼이 남긴 것
결국 2026 다보스포럼은 ‘대화의 정신’이라는 아름다운 주제와는 달리, 현실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선언과 유럽의 반발,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국제 질서를 우리는 목격했죠.
뉴욕타임스는 이번 포럼을 두고 “80년 가까이 서구 연합 전선의 중심이었던 외교 동맹을 붕괴시킬 수도 있는 전례 없는 도발”이라고 평가했습니다. BBC는 “공식 주제는 ‘대화의 정신’이지만, 실제로는 국제 협력이라는 포럼 본질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고요.
다만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AI와 양자기술, 바이오 혁신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어졌고, 기업들은 실질적인 성과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젠슨 황의 말처럼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재정의하고 있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2026 다보스포럼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세계는 더 이상 예측 가능한 규칙 기반의 질서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것.
한국 같은 중견국은 이런 격변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여한구 본부장의 말처럼 미들파워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보스는 끝났지만, 여기서 논의된 이슈들은 앞으로 몇 달, 몇 년간 세계 경제와 정치를 좌우할 것입니다. 특히 그린란드 문제, AI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핵심 의제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관심을 요구할 거예요.
2027년 다보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계속될지, 아니면 유럽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지, 그 사이에서 중견국들은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